대학에 입학한 2004년, 당시 해외 유수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회사에서 성공적인 디자이너 생활을 하고 복귀한 선배들이 그 씨앗을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돈태, 황성걸 같은 걸출한 디자이너를 통해 대기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모토로라 인턴십은 산업 디자이너로 사회에 막 발을 내딛은 제게 색다른 경험을 주었습니다. 양재동에 있는 한국 지사였지만 시카고 본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는 구조였습니다. 이전에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스마트 기기에 아주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이 총집합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또 산업 디자이너의 역할은 아름다운 조형을 만드는 것을 넘어 소비자와 연결된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이후 인턴십 평가를 거쳐 2010년 정식으로 모토로라에 입사했습니다.

취업에 앞서 기업과 에이전시가 추구하는 조직의 철학과 목표의 차이에 대해 알아두길 바랍니다. 기업은 브랜드 가치, 디자인 언어, 사용자 경험을 담아낸 제품을 통해 대량생산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합니다. R&D를 기반으로 미래 주력 산업을 위한 혁신과 개발에 집중 투자합니다. 디자인 에이전시는 나라와 문화마다 차이가 있지만,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와 스튜디오 자체 개발 프로젝트를 적절히 병행하는 듯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자체적인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고, 일의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여러 색다른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싶다면 디자인 스튜디오에 입사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졸업 후 구직을 위해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불안한 시기지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의 저는 스스로 영감을 주고 도움이 되는 아르바이트로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서울시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무료 프로그램, 워크숍, 강연도 들었습니다. 찾는 자에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현실을 직시하고 건강하게 일상을 이어가면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회복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