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감성과 기술의 접점을 찾는 일입니다. 사용자와 환경을 고려한 잘 다듬어진 디자인만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의 디자인은 아이디어부터 개입하기보다, 기술과 산업구조를 먼저 이해한 후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작은 요소로 생각될 수 있으나, 전체를 바꾸는 역할, 힘이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 좋은 기술임은 분명하나, 그 기술과 연계되는 매체가 적고 심미성과 인지성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먼저 시장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고, 사용자 혹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목표점으로 잡고, 기술을 가지고, 형태를 뽑아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의 '형태'가 바로 디자인인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의 시작으로 수많은 콘텐츠나 산업을 양상 시킬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3년 전 한겨울에 어묵 육수를 티백화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만난 적 있습니다. 맛있는 어묵 육수를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일정한 맛으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고, 아이디어 단계가 아닌 어묵 육수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섭외하고, 제조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본격적으로 티백 디자인에 들어가는 단계에서 멘토로 협력 해준 적이 있습니다. 2-3달 동안 매주 만나서 멘토링을 했는데, 아이디어에서 투자받기 전까지의 과정을 짚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품이 출시될 즈음에 기업형 외식사업체에서 같은 컨셉의 티백 육수가 나와서 방송에도 소개되고 히트를 쳤습니다. 멘토링을 해준 업체와 해당 외식업체가 기술협력을 했는지 내부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처음 아이디어를 가지고 상품화를 위해 찾아왔을 때, 아이디어만 듣고도 ‘아, 이것은 분명히 되는 사업이다’ 하는 감이 왔습니다. 스타트업은 대단한 기술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지만, 생활에 밀접한 것,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는 시장 분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공예 상품을 기획하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궤뚫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만들어 놓고 이것이 될까요?  물어보면 안타깝게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의 생각과 니즈를 파악하지 않고 상품을 먼저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맞춘 무언가로 상품을 특화해야 할 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함께 의논하고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행한 방향이 어긋나 있다면 바로 잡아 줄 수 있고, 더 큰 시장을 보고 방향을 틀어줄 수 있는 작업에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