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건축가 파노스 사카스(Panos Sakkas)와 포테이니 세타키(Foteini Setaki)는 디자인과 공예 그리고 로봇 기술로 버려진 것들을 되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탄생한 더 뉴 로(The New Raw)는 로봇 제조 공정 기술을 발전시켜, “디지털 크래프트맨십”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아름답고 유용한 제품으로 변모시켰다. 

핵심은 적층식 3D 프린팅 기술이다. 스튜디오 내부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더 뉴 로는 적층식 프린팅 특유의 질감이 곧 형태와 기술의 표현 언어가 되는 제품들을 선보여왔다. 

‘프린트 유어 시티(Print Your City)’는 더 뉴 로의 정수를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201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18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프린트 유어 시티에서 더 뉴 로는 도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거리 가구로 재탄생시켜 도시의 공공공간에 되돌려주었다. 

현대 도시의 쓰고 버리는 라이프스타일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의 수요를 늘렸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늘어났다. 암스테르담에서만, 주민들은 매년 1인 평균 23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더 뉴 로는 50kg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화분과 벤치가 결합된 거리용 가구를 만들었다. 벤치 하나로 암스테르담 시민 2명의 1년치 쓰레기가 재활용된 셈이다. 더불어 125kg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도 피할 수 있었다. 

더 뉴 로의 로봇 3D 프린팅 기술은 최근 2021 비엔나 비엔날레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MAK에서 열리고 있는 ‘기후 케어’ 전시에 선보인 ‘ZUV’가 그것이다. 가구 디자인으로 유명한 비엔나의 디자인 스튜디오 EOOS에서 파생된 사회적 디자인 유닛인 EOOS NEXT는 기후 위기 시대의 대안적 모빌리티 수단으로 전기 세발자전거를 제안했다. 

그리고 바로 이 자전거의 제작에 더 뉴 로의 기술이 뒷받침되었다. 자전거의 몸체는 더 뉴 로의 장기인 적층식 로봇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원료 역시 재활용된 플라스틱이다. 적층식 공정이 남긴 빗살무늬가 고스란히 자전거 디자인의 일부가 되었다.

기술, 공예, 환경 의식이 공존하는 디자인. 더 뉴 로는 2018년 <패스트 컴퍼니>의 ‘월드 체인징 아이디어스 어워드’의 최종후보에, 2020년 <디진> 선정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 후보에 오른바 있고, 올해에는 ‘프린트 유어 시티’ 프로젝트로 독일 한스 자우어 어워드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