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갤러리스트이자 큐레이터인 로사나 오를란디(Rosana Orlandi)는 2019년 ‘길트리스 플라스틱(Guiltless Plastic)’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출범하였고, 플라스틱 소재의 재활용과 재이용을 증진하고자 ‘로 플라스틱 프라이즈(Ro Plastic Prize)’ 공모전도 함께 개최하고 있다. 2021년 그 세 번째 공모전의 수상작이 지난 2021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되었다. 

먼저 ‘이모션 온 커뮤니케이션’ 부문 상은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마리아 코이크(Maria Koijck)에게 돌아갔다. ‘이것은 한 번의 수술, 내가 받은 수술에서 나온 쓰레기입니다…(This is the waste of one operation, my operation...)’라는 이름의 영상 작품에서, 마리아 코이크는 의료 폐기물 한가운데 누워 있다. 이 모든 쓰레기는 코이크 본인의 유방암 수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암 수술이라는 개인적 고난의 와중에서도 그녀는 수술 재료의 60%가 한 번 쓰고 버려진다는 사실에 촉각을 세웠다. 위생과 감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료 분야이지만, 개선의 여지는 없을지 작품을 통해 마리아 코이크는 질문한다. 가령 단 한 번 자르기에 쓰인 후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일본산 수입 스테인리스 가위처럼 말이다. 

‘책임 있는 혁신 프로젝트’ 부문 상은 영국의 지속가능 디자인 회사인 고미(Gomi)의 ‘고미 스피커(Gomi Speaker)’가 수상했다. 고미는 전기자전거 회사 라임(Lime)과 손잡고, 망가진 전기자전거에서 나온 5만 개의 배터리를 재이용하여, 제로웨이스트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보였다. 전기자전거에서 세심하게 추출하여 세척하고 용량 테스트를 거친 배터리들이 스피커의 동력원으로 재탄생하였다. 한편 대리석 무늬를 입은 네 가지 색상의 스피커 몸체는 매립되거나 소각될 운명이었던 비닐봉지 쓰레기로 만들어졌다. 전기자전거 회사 라임(Lime)과 고미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고미 스피커’는 재활용하여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 및 공공 가구 디자인’ 부문 상은 스페인의 디자이너 알바로 카탈란 데 오콘(Álvaro Catalán de Ocón)에게 돌아갔다. ‘플라스틱 강(Plastic Rivers)’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강들의 모습을 러그에 재현한다. PET를 재활용하여 만든 러그 위에 말이다. 강으로,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강의 풍경을 플라스틱 쓰레기를 되살려 만든 러그에 옮긴 것이다. 이를 위해 스페인의 러그 브랜드 GAN과의 협업하여, 공중에서 바라본 양쯔강, 인더스강, 갠지스강, 나이저강의 모습을 러그로 재탄생시켰다. 

2021 로 플라스틱 프라이즈의 수상작을 포함한 최종후보작 전시가 지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진행되었고, 수상작 전시는 2022년 공식 파트너인 카타르 뮤지엄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